6년 만의 귀환, 그러나 완전히 다른 목소리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작가가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구나"였다.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2024년 연재되었던 글을 대폭 수정하고 다듬어 묶은 이 책은, 우리가 알던 김영하의 글쓰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작가의 지난 산문들보다 더 사적이고 한층 내밀하다는 평가가 과언이 아니다.
작가에서 인간으로, 그 경계를 허무는 용기
이전 작품들이 날카로운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부했다면, 이번 책에서 김영하는 해부대 위에 자신을 올려놓는다. 김영하는 '작가 김영하'에서 벗어나,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말을 건넨다.
열네 편의 이야기에 담긴 진솔한 가족사와 직접 경험한 인생의 순간들을 읽으며, 나는 여러 번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봤다. 이건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한 인간의 고백록이었다.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는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김영하는 삶을 거창한 서사나 의미부여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예측 불가하고 불공평하고 질서 없는 진짜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완성을 찾아간다.
이는 현대인들이 놓치기 쉬운 관점이다. 우리는 종종 삶을 '성공'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한다. 하지만 김영하는 말한다. 삶은 완성되어야 할 '작품'이며, 그 완성의 기준은 오직 나 자신에게 있다고.
독자에게 주는 조용한 위로
이 책을 읽은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김영하는 거창한 철학이나 인생 교훈을 설파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라는 작가 자신의 말처럼, 이 책에는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진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구에게 추천할까?
30-40대 직장인들에게: 인생의 중반부에서 방향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성공과 실패, 선택과 포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에 김영하의 솔직한 고백이 위로가 될 것이다.
부모가 된 이들에게: 가족사를 진솔하게 풀어낸 부분들은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거창한 의미를 찾기보다는, 지금 여기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은 읽는 책이 아니라 함께 사유하는 책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나 자신의 삶도 함께 되돌아보게 되는, 그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삶의 본질을 사유하고, 조용한 위로와 성찰을 원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의 '단 한 번의 삶'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 리뷰는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독자마다 느끼는 지점이 다를 수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