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 일상의 균열에서 피어나는 위로

김애란 소설

 

서점에서 김애란의 신작 『안녕이라 그랬어』를 발견했을 때, 제목부터 묘한 여운이 있었다. "안녕이라 그랬어"—이별도 인사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말. 김애란 특유의 일상어를 문학적 언어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제목에서부터 느껴졌다.


김애란 문학의 새로운 전환점

김애란 작가를 떠올리면 『달려라, 아비』의 생동감 넘치는 서사나 「바깥은 여름」의 세밀한 일상 묘사가 먼저 생각난다. 그동안 그의 소설들은 주로 개인의 내밀한 상처와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안녕이라 그랬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계의 끝과 시작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을 포착한다.

 

기존 작품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에 대한 성찰에 가깝다. 특히 『달려라, 아비』에서 보여준 역동적인 에너지와는 달리, 이 작품은 정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

김애란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도 이 특징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이별의 순간을 극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헤어짐 이후의 일상—남겨진 물건들, 습관적으로 보내는 메시지, 혼자 먹는 밥상—이런 것들 속에서 진짜 감정을 길어 올린다.

"안녕이라는 말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시작도 끝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서, 우리는 계속 안녕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런 문장들은 김애란만이 쓸 수 있는 언어다. 일상의 언어를 시적으로 승화시키면서도 인위적이지 않은 그 절묘한 균형감각이 여전히 빛난다.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의 이별 경험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그 순간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평가하게 만든다. 김애란은 이별을 실패나 상실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자체를 인간다운 경험으로 바라본다.

 

특히 인상적인 건 작가가 위로의 방식이다. 직접적인 격려나 조언 대신, 비슷한 경험을 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독자를 위로한다. 마치 깊은 밤 친구와 나누는 진솔한 대화 같은 느낌이다.

누구에게 추천할까

첫째, 관계의 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소중했던 관계가 변화하는 순간을 겪고 있다면 이 책에서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20대 후반에서 30대의 독자들에게 특히 와닿을 것 같다. 이 시기는 많은 관계가 정리되고 새로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학 친구들과의 거리감, 직장에서의 인맥, 연애 관계의 변화 등을 경험하고 있다면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김애란의 기존 독자들이라면 작가의 성장을 확인하는 의미에서라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그의 문학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안녕이라 그랬어』는 이별에 대한 책이지만 동시에 관계에 대한 책이다. 김애란은 헤어짐을 통해 오히려 관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완벽한 이별은 없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사랑하고 헤어지며 살아간다는 것을.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에게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것이 시작의 인사든 끝의 인사든 상관없이. 김애란이 만들어낸 그 묘한 여운이,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남아있을 것이다.


평점: ★★★★☆
한 줄 평: 이별의 아픔을 위로가 되는 언어로 번역해낸 김애란의 또 다른 수작